싱가포르의 언어

싱가포르 출신의 큐레이터이자 글작가 친구를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막연히 알고 있었던 싱가포르 사람들의 언어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였다. 싱가포르에서는 영어, 말레이어, 만다린어, 타밀어가 공용어이면서, 영어를 공식언어로 쓴다. 거기에 싱글리쉬라고 영어를 바탕으로 중국식 악센트와 문법이 섞인 싱가포르식 영어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인다. 싱글리쉬를 하나의 "방언"으로 공공 방송에서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싱글리쉬를 국민의 정체성 문제와 연결하여 활성화하자는 입장도 활발하다고 한다. 이 현상은 사실 싱가포르 뿐만이 아니라, 영어의 글로벌화와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보이는 영어의 지역화, 자기화 현상으로 이 전의 블로그에서 잠깐 소개한 "영어 : 세계적인 언어?"라는 제목의 토론의 주된 내용이었다.

(최근에 변화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한국에서 자란 대부분의 (현재 20살 이상의 성인) 한국 사람들은 국가적, 민족적, 언어적 정체성이 "코리안"으로 깔끔하게 통일되어 있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싱가포르 사람들의 네 개의 공용어와 부딪히는 매일의 일상을 흥미롭게 상상만 해본다. 학문적으로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한글의 유닉크한 언어적 구조와, 창제 역사에 대해 늘 흐뭇하게 생각했다. 종종 대립적인 관계의 언어의 정체성과 경제성 문제가 이 프로젝트 전시기간동안 많이 토론되었으면 한다.